속리산 문장대의 구름 속으로 :속리산 우중 산행기

속세와 이별하고 산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속리산이라 했다고 했나?
문장대의 발아래 펼쳐지는 파노라마의 백두대간, 오늘은 운장대를 오른다.
요산(樂山), 관산(觀山), 유산(遊山) 중 오늘 산행은 유산이다.
때아니게 매번 우중 산행을 하게 되는 요즘 필자에게만 가을 장마인 듯 오늘도 변함없이 구름 속에서 노니는 산행.



오늘의 속리산 산행코스

  • 등산코스 : 화북탐방안내소-문장대-신선대-천왕봉-상환석문-법주사-주차장
  • 산행거리 : 15.7km
  • 소요시간 : 5시간 21분(휴식 8분)
  • 산행일자 : 2023.09.20
  • 날씨 : 비
  • 교통편 : 안내산악회

속리산은 갈때마다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해 항상 다른 면모를 보여 줄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너무 자주 찾아가니 조금은 지루해 보일까봐 예정에도 없던 장대같은 비를 하루 종일 뿌려 주는 센스를 가지고 있는 속리산.
고향 뒷 산이다 보니 심심할 때마다 찾아가던 속리산이 이제는 별도로 시간을 내야만 갈 수 있는 산이 되었다.


오늘 산행은 종주 산행으로 길다보니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기를 작성해 본다.
1구간(오름길) : 화북탐방센터-오송폭포-쉴바위-문장대 쉼터-문장대 : 3.8km
2구간(대간 능선길) : 문장대-문수봉-신선대-입석대-통천문-천왕봉 : 3.7km
3구간(내림길) : 천왕봉-상환석문-태평휴게소-법주사-주차장 : 8.2km

산행하기 전날만 해도 일기예보 상으로는 산행시간에는 날씨가 말짱하다고 했는대, 아침에 버스 타고 확인하니 죙일 비가 온다고 우산을 걸어 놨다.
오늘까지 비 맞으면서 산행하면 4연짱 우중산행을 한다.
아마도 필자에게만 가을 장마기간인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분명 맑은 날씨라고 예보를 하는데 산에만 가면 비가 온다.
필자에게 억하심정이 있는듯 하여 오늘도 비 오면 문장대에서 산신령과 대판으로 한판 떠봐야 할것 같다.

오늘 올리는 사진은 당일 찍은 사진과 맑은날 찍은 사진을 번갈아가면서 올리도록 하겠다.
속리산 문장대에 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름다운 속리산을 보여줄 수가 없을 정도이다.
아쉬움에 괜찮은 사진을 올리니 참고하시기 바라면서 산행기를 써 본다.

속리산 (등산길) 1구간

코스 : 화북탐방-쉴바위-계단-문장대
거리 : 3.8km
시간 : 1시간 31분

들머리 : 경북 상주군 화북면 장암리 산 33-3. 화북오송탐방지원센터
문장대로 오르는 최단코스로 많은 산객들이 찾는 지점으로 소형차량 주차장은 탐방센터 바로 앞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대형 차량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위 대형주차장까지만 운행이 가능하다.



대형주차장 – 오송폭포 : 0.6km/ 15분

대형주차장 화장실 왼쪽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산행은 시작된다.
버스에서 내리니 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하늘 한번 보고 낌새를 보니 종일 비가 낼릴것 같은 날씨다.
우중 장비를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에 빠진다.
우의를 입고 배낭 커버를 해야 하나?
배낭커버만 하고 그냥 가는가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어치피 산행하다 보면 빗물로 인해 바지는 다 젖을 것이고, 우의를 입어도 땀으로 다 젖을 것 같으니 기분좋게 비를 맞으면서 걷자.


탐방센터를 지나면 왼쪽으로 음식을 팔던 어르신이 계셨는데, 지금은 영업을 중단한지가 꽤 되셨다.
시골에는 연세드신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힘든 식당일을 하시기가 어려울 것이다.
할머니의 손맛이 들어간 음식이 참으로 맛있었는데 갈 때마다 들려봐도 문닫은지가 오래되 보여 가슴이 아파온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면서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는데 이제는 추억으로만 되새겨야 할 장소가 되었다.

식당을 지나면 작은 반야교가 나오고 우틀하면 속리산 등산로 들머리가 되고, 오송폭포는 왼쪽길로 100m 정도 올라가면 소리도 우렁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감상할 수가 있다.
5그루의 소나무가 있어 오송폭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 곳으로 장각폭포와 더불어 속리산에서 쌍벽을 이루는 폭포다.


오송폭포 – 이정표 : 1.4km/ 23분 – 누적 2.0km/ 38분

오송폭포를 보고 발길돌려 내려와 속리산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아직은 비가 미스트를 뿌리는 수준이라 기분이 좋게 출발을 한다.
안내산악회는 각자 개인이 오지만 자주 만나다 보니 동행이 되고, 산동무가 되어 같이 산행도 하게 된다.
오늘도 산동무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
처음 오르막 계단이 나오고 계속 이러냐고 물어 보길래 그렇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힘든 구간은 아니라는 것.
처음부터 쉽다고 하면 나중에 힘들어질때 뭐락할까봐!
계단을 지나면 이정표가 있는 곳 까지는 평지 수준으로 가볍게 워밍업을 하는 구간이다.


이정표 – 쉴바위 : 0.2km/ 7분 – 누적 2.2km/ 45분

두런두런 산에 갔던 예기들을 하면서 가볍게 올라가다 보면 이정표가 있는데 문장대까지 1.8km.
어라 이렇게 가까웠나?
아니벌써 반을 올라온거여? 그란
그런데 이곳 이정표에서 부터 쉴바위까지 200m 구간은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구간이다.


조금은 씩씩거리면서 거친 숨을 내 쉬지만 그렇게 긴 오르막이 아니라 그런데로 모두들 잘 올라온다.
평일에 오는 산객들은 모두 진정한 산꾼들이라 속리산 쯤이야 가볍게 산행을 한다.
모두들 여유있게 올라오는 첫번째 오르막에서 잠시 쉬고 다시 출발한다.
뭐 보이는게 있어야 사진을 찍지.




쉴바위 – 지능선 : 0.6km/ 20분 – 누적 2.8km/ 1시간 5분

쉴바위에서 한 숨을 돌리고 여유있는 길을 걷는다.
200여m 호흡을 조절하면 작은 계곡을 만나고 목교를 지나 오르막이 시작된다.
엄청난 된비알은 아니지만 점점 고도를 높여가는 구간이라 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한 동안 경사로를 올라가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그래도 오늘은 무더운 여름이 아니라 산행이 훨씬 가볍게 느껴진다.
올 여름 처음으로 더위를 두번이나 먹으면서 산행을 했는데 죽을 맛이었다.

서서히 안개가 숲을 덮어오고, 빗방울은 후드득후드득 소리를 낸다.
바람이 불면 맺혀있던 빗물이 소나기 처럼 떨어지기도 하지만 시원하니 좋다.


지능선 – 문장대 쉼터 : 0.8km/ 18분 – 누적 3.6km/ 1시간 23분

지능선에 올라서면 건너편 조망이 멋있게 보여야 하는데 오늘은 오리무중이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 속으로 스며들 듯 들어가는 산우분들.
노랑, 파랑 우의와 군인들의 개구리 우의까지 각양각색의 우의를 입고 열심히 문장대를 향해 올라간다.
물론, 필자는 해탈의 마음으로 배낭 커버만 하고 흠뻑 비를 맞으며 우중산행을 즐긴다.


지능선에서 10여분 오르면 계단이 시작되고 좀 더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가파른 계단은 아니다.
계단을 지나 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문장대 쉼터가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은 구간이라 하겠다.
대부분 가볍게 문장대 쉼터까지 올라오는 듯 하다.
넓은 광장에 벤치가 한쪽으로 있으나 비가 많이 내리니 앉아서 쉬기도 곤란하다.


문장대 쉼터 – 문장대 : 0.2km/ 8분 – 누적 3.8km/ 1시간 31분


문장대까지는 왕복하는 곳이고, 문장대를 올랐다 다시 이곳 쉼터로 내려와서 천왕봉으로 간다.
문장대 정상석은 문장대 올라가기 전에 2개가 세워져 있다.
정상석을 돌아 가면 철게단이 보이고 문장대를 올라가는 곳이다.
1976년인가 설치 된 계단으로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버티고 있다.
마지막 계단은 경사가 심해 주의를 해야하는 계단이다.


문장대가 오늘은 원래의 이름대로 운장대가 되었다.
구름과 안개에 가려 운치가 좔좔흐르는 운장대에 올라서니 바람이 정신 못차리게 불어온다.
모자가 날라가지 않도록 꼭 붙잡아야 하고, 비에 젖은 옷 때문인지 추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
그래도 혹시나 조망이 보이나 둘러보지만 뿌연 곰탕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장대에 올라왔다는 기념만으로 행복.
정상에 파인 풍화혈을 돌아볼 사이도 없이 얼른 내려와야 했다.

속리산 2구간 대간 능선길

  • 산행코스 : 문장대-문수봉-청법대-신선대-입석대-석문-천왕봉
  • 산행거리 : 3.7km
  • 소요시간 : 1시간 29분



문장대 – 문수봉 : 0.5km/ 12분 – 누적 4.3km/ 1시간 43분

문장대를 내려와 문장대 쉼터에서 천왕봉 이정표 방향으로 능선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곳부터는 갈림길 무시하고 능선으로 직진하면 천왕봉이다.
속리산의 특이한 점은 각 봉우리의 명칭은 있지만 정상석이나 알림판은 없다는 것 .
천왕봉, 문장대, 신선대에만 설치가 되어 있다.
다른 곳은 정상을 올라가지 못하고 우회하기 때문에 설치를 하지 않은 듯 하다.
지도에는 표시가되어 있지만 실제로 산행하다 보면 알 수가 없다는 것.


문수봉을 우회하는 등로를 계단으로 공사를 하고 있어 임시 통제를 하고 다른길로 산행을 하도록 하였다.
속리산 곳곳에 등로 정비를 위해 공사를 하고 있으니 공사구간에서는 주의를 해야 한다.

문수봉 – 청법대 : 0.2km/ 5분 – 누적 4.5km/ 1시간 48분

속리산 대간길은 업다운의 연속이다.
내려간 만큼 올라쳐야 하고, 쉽지 않은 오르막도 있다는 것.


청법대 – 신선대 : 0.5km/ 12분 – 누적 5.0km/ 2시간

청법대를 내려가는 길에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청법대에서 내려오는 암반을 사람의 손으로 한땀한땀 깨내어 만든 계단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곳이다.
요즘 같이 기계가 없었던 시절 끌(정)과 망치만을 이용해서 바위를 깨고 계단을 만들어 주었다.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신선대로 가는 길 중에서 가장 오르막이 강한 곳으로 돌계단으로 되어 있는 곳에도 공사를 하기 위해 자재를 준비해 놨다.
천왕봉으로 가는 능선길 중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는 곳이다.
돌계단만 올라서면 신선대 휴게소가 있다.
국립공원 중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휴게소이고, 신선대의 막걸리가 기가막히게 맛있다는 소문도 있다.
입에 착 감기는 맛이라니 오늘도 딱 한잔만 하자고 왔는데, 비가와서 문을 닫았다.(검나 아쉼)


신선대 – 입석대 : 0.6km/ 14분 – 누적 5.6km/ 2시간 14분

비가와서 그런지 오늘 산행은 엄청 빨리 진행이 된다.
하기야 주변에 볼것이 없으니 사진을 찍을 것도 없고, 정말 멋있는 조망을 볼 수도 없으니 앞만 보고 주구장창 걷기만 한다.
등로 주변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속리산의 웅장한 기암절벽, 기암괴석 등이 산 줄기를 타고 널려 있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은 허당이다.
어찌하다 앞에서 걷다보니 조릿대의 빗물을 다 털고 지나가야 한다.
바지는 이미 알탕을 한것 처럼 물이 줄줄 흐르고, 등산화는 질퍽거린다.


입석대 – 비로봉 : 0.6km/ 14분 – 누적 6.2km/ 2시간 28분

입석대와 경업대에 대한 설화 한 토막
“경업대는 임경업 장군이 스승인 독보대사에게 무예를 전수 받고 자신이 수련하던 곳에 이름을 새겼다 해서 경업대라고 하고, 입석대는 6년간 수련을 하고 하산을 하겠다고 하니, 독보대사가 내기를 하자고 해서 임경업 장군은 입석대를 일으켜 세우니 , 스승인 독보대사는 더 큰 바위덩어리를 등에 짊어지고 묘봉능선에 내려놓으니 임경업 장군은 1년간 더 무예를 배우다 하산했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때 짊어지고간 바위를 멜빵바위, 걸빵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입석대 맞은 편에 있는 바위로 거북모양을 하고 있어 필자가 붙인 이름이고, 이 거북바위가 임경업 장군이 입석대를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줌으로 당겨서 촬영해 봤다.
모든 사물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만 속리산을 간다면 한번쯤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입석대를 지나 200m 쯤 오면 오른쪽으로 이름없는 돌문이 하나 있다.
속리산에는 돌문이 많기에 웬만해서는 이름도 얻지 못하고 묻혀있는 것이 많이 있다.
속리산의 대표적인 석문은 상고석문과 상환석문이다.
두군데 모두 암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 같다.

참고로 속리산의 석문은 총 8개가 있다고 한다.

고릴라 바위


비로봉 – 상고석문 : 0.4km/ 10분 – 누적 6.6km/ 2시간 38분

상고석문은 진실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는 문이라고 전해지고 있으나, 필자는 석문을 통과하면 진실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고 싶다.


상고석문 – 천왕봉 : 0.9km/ 22분 – 누적 7.5km/ 3시간

상고석문을 지나 0.3km 정도 가면 법주사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있다.
오늘은 천왕봉을 찍고 발길돌려 법주사 갈림길로 와서 하산하기로 한다.
갈림길에서 천왕봉으로 왕복하는 거리는 1.2km.
소요시간은 31분이 소요되었다.

갈림길에서 0.3km가면 헬기장이 있고, 장각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헬기장을 지나면 약간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하며,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럽기도 하다.


천왕봉에 올라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속리산의 천왕봉은 삼파수의 자리라고 한다.
천왕봉에서 발원하는 물길이 3갈래 강으로 흘러들어간다고 삼파수라고 한다.
천왕봉에 내린 빗물이 서북쪽으로 흐르면 남한강, 동쪽으로 흐르면 낙동강, 남쪽으로 흐르면 금강으로 각각 흘러들어 간다고 한다.

속리산 3구간 하산길

산행코스 : 천왕봉-갈림길-상환석문-세심정-법주사-주차장
산행거리 : 8.2km
소요시간 : 2시간 22분

알면 좋은 쓸데없는 지식
속리산에는 8봉과 8대, 8석문이 있다.
8봉 : 천왕봉, 비로봉, 문수봉, 관음봉, 보현봉, 묘봉, 길상봉,수정봉
8대 : 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산호대, 봉황대

예전에는 9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는 산이라 해서 구봉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혹시 상학봉을 끼워서 9개의 봉우리라 했을 것이다.
속리산은 한국 8경에도 속한다고 한다.
한국 8경 : 속리산, 내장산, 설악산, 지리산, 대둔산, 해운대, 홍도, 내변산을 말한다고 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3자와 8자에 큰 의미를 부여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속리산도 8봉이라고 했나? 라는 생각이 들고 의문의 1패는 상학봉이겠지.
석문도 8개라고 하니 이왕이면 모든 것을 8이란 숫자에 맞춘듯하다.


천왕봉 – 법주사 갈림길 : 0.6km/ 17분 – 누적 8.1km/ 3시간 17분

천왕봉에서 법주사 갈림길로 내려오다보니 같이 버스를 타고온 회원분들이 올라오고 계신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선두 인듯 하지만 별로 좋지 않은 것이 조릿대와 잡목에 묻은 물을 모두 털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바지는 이미 물에 빠진 듯 하다.

법주사 갈림길 – 상고암갈림길 : 0.5km/ 11분 – 누적 8.6km/ 3시간 28분

갈림길에서 하산을 시작하면 가파르게 내리막을 내려가다 보면 계단을 한참동안 내려간다.
이정표에서 우측길은 상고암으로 가고, 직진하면 상환석문으로 가는 길이다.
상고암으로 가면 가파른 내리막이 더 심하고, 직진하면 그나마 조금은 덜 한 길이라 오늘은 비교적 완만한 상환석문으로 길을 잡는다.
두 길은 세심정 위에서 합류한다.
우측에 배석대가 있지만 아예 보이지는 않는다.




상고암 갈림길 – 상환석문 : 0.8km/ 18분 – 누적 9.4km/ 3시간 46분

상고암 갈림길을 직진해서 내려오면 길게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오고, 암반에 설치한 철봉을 잡고 내려오는 구간도 있다.
조금은 가파른 구간이고 상당히 미끄럽기도 한 곳이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면 커다란 바위 구멍을 만나면 그곳이 상환석문이다.
상고암으로 가면 1.8km
상환석문으로 가면 1.6km


상환석문 – 은폭동폭포 : 0.9km/ 19분 – 누적 10.3km/ 4시간 5분

상환석문을 지나오면 가파른 돌계단을 한동안 내려온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이제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할련가 보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직접 떨어지는 비는 많아 보이지가 않지만 소리만 들어도 좀전 보다는 많이 내리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갈수기에는 폭폭가 아니라 그냥 바위지만 비만오면 폭포로 변하는 비맞이폭포인 은폭동폭포다.
은폭동 폭포 옆에는 태실이라는 곳이 있지만 오늘은 비가와서 패스.
이곳의 태실은 순조의 태실이다.

은폭동폭포 – 세심정 : 0.3km/ 5분 – 누적 10.6km/ 4시간 10분

비만 안온다면 세심정에서 그윽하고 풍류스럽게 따순 차 한잔을 하고 싶지만, 지금의 몰골로는 들어가기도 민망하다.
마치 물에 빠진 생쥐 모양을 하고 똥폼을 잡을 수는 없지 않겠나.
아쉬운 마음에 세심정에 쓰여 있는 문구를 옮겨본다.

세심정(洗心亭) : 마음을 씻는 다는 뜻.

“이 산에서 주는글- 눈앞에 보이는 일부터 미루지 말고 확실히 즐겁게 하면 ‘생활의 도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미리 걱정하면 당신은 바보 입니다.” 라는 글귀가 써 있다.
작년 가을 추남(秋男)이 되어 홀로 멋부리다 본 글귀.

세심정 – 태평휴게소 : 1.5km/ 20분 – 누적 12.1km/ 4시간 30분

포장된 도로는 공사 중이라 세조길로 하산하도록 유도 한다.
세심정에서 법주사에 이르는 포장길을 모두 철거하고 있는 중인것 같다.
비오는 속에서도 열심히 콘크리트 길을 깨고 있다.
세조길은 덱으로 되어 있는 구간이 많고,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다.


태평휴게소 – 법주사 : 1.3km/ 19분 – 누적 13.4km/ 4시간 49분

이제는 비가 제법 많이 내려 사진을 찍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 법주사를 지나칠려다 잠깐 들려보기로 한다.


속리산 법주사는 초등학교때 소풍으로 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 당시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미륵대불 이었다가 취미로 안내산악회를 시작했던 때인 1987년도에는 청동미륵대불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헐 그런데 오늘와보니 금으로 입혔네.
그동안 수차례 속리산을 왔으나 법주사는 들리지 않고 지나쳤었는데 이런 변화가 있었다니.
“부체유연세활 자마금색”에 따른 것이련가?



법주사 – 고속버스 주차장 : 2.3km/ 33분 – 누적 15.7km/ 5시간 22분

법주사의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5층 목조탑으로 가장 높은 탑이라고 한다.
비가 조금만 내려도 법주사를 구경하고 나올 것인데 너무 많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다닐 엄두가 나질 않는다.
법주사에서 주차장까지 한참을 걸어와야 한다.
마음을 비우면 해탈이라고, 옷은 이미 물에 빠진 것 같으니 오히려 쏟이지는 빗속을 걸어 가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동심으로 돌아 간듯.

비가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마냥 걷기만 했으니 배도 고프고, 으슬으슬 추위가 몰려오기도 한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불어 더욱 춥고 떨려온다.
손도 살살 곱을 정도이다.

속리산 맛집 속리식당


빗속을 뚫고 산행했던 일행이 있어 같이 식사를 할려고 식당에 주문을 했는데 어라 안보이네.
몇번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산우.
식당에 부탁해서 환복을 하고 간단하게 씻을 수가 있었다.
이제 옷도 갈아 입었으니 따순 국물을 먹어야지.
간단하게 씻고 환복하고 나오니 보글보글 끓고 있는 능이 해장국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나?
따순 국물 한숟가락에 추워가던 몸은 순식간에 풀어지는 듯한 느낌.
담백하고 진한 능이의 향이 꼬끝을 자극하며 부드럽게 목넘김을 한다.
키야! 이 맛이지.
한마디로 쥑인다라는 말이 적당할 듯.
고향의 맛이라 그럴까?
다른분도 맛있다고 하는 것을 보니 국물이 시원하고, 담백한 것이 일품인 듯.


정갈하게 내주는 반찬도 간단하지만 하나하나 입에 딱 맞는다.
필요하면 말해달라고 하시는 푸짐한 인심.
밥은 공짜로 주시면서 더 먹으라고 한다.
비 맞으면서 산행했으니 얼마나 춥냐구?
그래 말 한마디라도 이런 맛이 있어야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


비오는 날은 파전에 곡차 한잔이면 끝.
지금 글을 쓰면서도 침이 꾸울꺽.
입맛을 다신다.
곡차가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다음에 가도 또 속리식당으로 달려간다에 한표.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 편리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하여 또 가고 싶은 식당.
식사가 끝나고 따순 잔치커피(믹스커피) 한잔씩을 타 오셨다.


푸짐하고 맛있고, 쫙쫙 댕기는 곡차가 있어 좋은 하루.
많이 먹어봐야 3잔이 전부이거늘 뭐가 그리 맛있는지.
흠. 오늘은 우중산행이지만 기분 좋게 마무리 하고, 다치지 않고 잘 내려왔으면 잘한 것이다.
거기에 따숩고 맛있는 식사도 하였으니 무엇이 부러우랴?
노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한다.

속리산 우중산행 소감

글머리에 말했듯. 요산, 관산, 유산이라 했다.
요산(樂山) : 산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
관산(觀山) : 좋은 경치 보기를 즐기는 것.
유산(遊山) : 유유자적하며 산에서 노니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과 삶을 떼어 놓을 수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초등학교 교가에 빠지지 않는 가사는 “00산 정기 받아” 그렇지 어느 학교나 다 있는 가사일 것이다.
산의 정기를 받아야 큰 사람이 된다고 하듯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산은 항상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요즘은 주로 계단으로 조성된 등산로가 많지만 그래도 자드락 길을 걷는 것도 좋은데 말이다.

속리라는 어감이 말해 주듯 버리며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이 아닐까?
항상 채울려고만 하지 막상 버릴려고는 하지 않는다.
오늘 만큼은 내려놓고 버리는 삶을 행해보자!
같이 산행한 산우분들이 있어 좋았고, 함께해서 좋았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한 산행이 되길 기원하면서
-속리산 가을맞이 우중 산행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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