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왕피천 트레킹 코스는 5구간까지 있고, 왕피천 유역 둘레길이라고 한다. 탐방로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오늘 2구간은 09시 이후 자율 산행이 가능한 코스다. 거북바위 전망대까지 산행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속사마을까지는 가지 않는다.
울진 왕피천 트레킹
- 트레킹코스 : 굴구지마을-상천-용바위-학소대-거북바위 (왕복)
- 탐방거리 : 10km
- 소요시간 : 4시간 10분 (휴식 40분 포함)
- 탐방일자 : 2024. 07. 18
- 날씨 : 비
- 난이도 : 하
- 이정표 : 잘되어 있음
늦은 장마와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일기예보는 2주일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온다는 우산을 잔뜩 걸어놓고 있지만, 비 안 오는 날이 태반이고 국지성 호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늘 왕피천 트레킹도 비 예보가 없고, 수 일전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재미있는 트레킹을 기대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왕피천 계곡물이 상당히 많이 불어 있고, 물살도 너무 세게 흘러 계곡 트레킹은 안전을 위해 포기하고, 물놀이나 하다 온 왕피천.
멀리 달려 도착한 구산3리 마을회관 앞 주차장.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땡볕을 대비해서 왔건만 도착할 때쯤 일기 예보가 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으로 바뀜.
특히, 하산 예정인 2시가 넘으면 집중 호우가 내린다고 한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짐)
그런데 왕피천 탐방 안내소에서 나오신 분이 장황한 연설이 시작되어, 5분 듣다 주의 사항만 알려달라고 하고 출발.
뒤에서 계속 말하고 계심 책임 안 진다는….
왕피천 생태 탐방로 길라잡이
왕피천은 사실 계곡 트레킹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산길만 종일 걷고 만다.
구산3리 주차장에 정자가 있고, 정자 옆에 왕피천 탐방 안내도에서 11시 방향으로 직진한다.
구산3리 마을회관 – 상천 : 2.0km/ 31분
마을을 돌아 가면 굴구지 산촌 팬션이 오른쪽에 있다.
상천 초소까지 가는 길에 왕피천은 보이지 않고, 시멘트 포장된 마을 길을 따라 걷는 길이고, 마을을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도 나온다.
옛집도 한두 개 보이고, 1.3km 정도 가면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간다.
신축 가옥도 두세 채 있고, 폐가도 보이는 상천동을 지나면 삼거리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왕피천 캠핑장 가는 길이고, 생태 탐방로는 직진해서 올라간다.
언덕 위에 상천 초소가 있고, 친절하게 맞아 주시는 마을 어르신이 계신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내리막 계단을 내려간다.
상천초소 – 용바위 : 1.2km/ 23분 – 누적 3.2km/ 54분
상천 초소를 넘으면 가파른 내리막이고, 하산할 때도 같은 길을 걸어서 돌아와야 한다.
약 6분 정도 내려가면 왕피천이 보인다.
왕피리 왕피천
옛날 왕이 피신했다고 해서 왕피리라고 한다고 한다.
오지 중의 오지인 왕피리에는 원주민도 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오지에 숨어 살 궁리로 찾아든 단체가 있다.
일명 한농복구회라고 하는 곳으로, 제7일 안식일 교회인가에서 떨어져 나온 신도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이 교육을 잘 받았는지, 낯선 승용차가 지나가도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에 감명 깊었고, 손님으로 왔다고 친환경으로 직접 재배하여 수확한 곡식으로 떡을 만들었다고 먹어보라고 주셨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
화학비료나 농약을 절대 사용하지 않고, 음식에도 가공식품이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고 하신다.
너무 친절함에 감탄했던 기억.
왕피천 70km를 계곡 트레킹으로 4박5일 죽을 고생하며 넘었던 기억이 솔솔 나는 곳.
벌써 30여 년이 지난 추억을 소환하면서 오늘 왕피천을 걸어 본다.
용머리 바위 – 학소대 : 0.7km/ 22분 – 누적 3.9km/ 1시간 16분
용머리가 보이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저만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용머리 바위가 보인다.
거센 물살이 휘몰아치는 곳이 용소이고, 저곳을 계곡 트레킹으로 넘으려고 했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자일을 걸고 용소를 넘나드는 즐거움은 최고인데, 오늘은 가까이 가는 것도 두려울 정도로 물이 많다.
왕피천 생태 탐방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사면으로 조심히 내려서면 용소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용바위 전망대를 지나 0.3km 가면 이정표가 있고, 우측으로 금낭화 군락지라고 되어 있다.
길이 보이지 않아 지나쳐서 올라간다.
계속 오르내림 길이 이어지고, 계곡으로 내려서기도 하는 탐방로.
주변에 바위 색이나, 돌 색과 똑같이 생긴 뱀이 많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돌 틈에 똬리를 틀고, 쫓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멀뚱히 쳐다만 봄)
우띠!
이젠 동그란 돌만 봐도 뱀으로 보임. ㅋㅋㅋ
혐오 사진이라 올리지 못함.
통화권 이탈 안내판을 지나면 바로 학소대 전망대 이정표가 있다.
학소대는 3개의 암벽이 나란히 서 있는 곳이 아니고, 왼쪽에 외따로 있는 바위를 말한다.
학소대에 ‘청송백운학, 학소운만리’라는 글이 있다고 하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학소대를 지나면 가파르게 올라가는 계단도 있고, 돌길도 걷는다.
능선을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가파른 구간으로 등산하는 느낌이 물씬.
학소대 – 반환점 : 1.1km/ 30분 – 누적 5.0km/ 1시간 46분
학소대를 지나 0.4km 가면 숯가마 터가 있던 곳이라고 표시가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거북바위가 보이는 전망 계단이지만,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숯가마 터에서 5분 정도 진행하면 계곡에 툭 튀어나온 바위가 보이고, 그 뒤로 능선에 송이같이 생긴 바위가 보인다.
송이 바위 밑에 하얀 돌은 거북이 모양을 닮은 것 같은 바위가 물속에 엎드려 있는 모습.
그런데, 많은 분은 커다란 바위를 거북바위라고들 하기도 한다.
바위는 위치를 알고 가면 금방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왕피천은 일반 계곡이 아니고 강과 같이 넓은 계곡이고, 수심도 상당히 깊은 곳이 있으니 함부로 들어가면 위험한 곳이다.
거북바위나 송이 바위, 학소대 등은 탐방로에서 보이기 때문에 굳이 가까이 갈 필요는 없다.
왕피천 트레킹 하산하기
계단까지는 올라갈 필요는 없지만, 지도에 이정표까지를 반환점으로 표시했으니 가보는 수밖에….
별로 볼 것은 없는 산길이 계속 속사까지 이어진다.
계단을 올라서고, 숯가마 터가 나오면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정확히 없지만, 내려갈 수 있는 사면은 보인다.
거기로 내려가면 거북바위 앞으로 가는 길이고, 왕피천을 건너가면 바로 앞에 거북바위, 위에는 송이 바위를 만나볼 수 있다.
속사마을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이 따로 있다면 모를까, 왕복하는 길이라면 안 갈란다 하고, 과감히 발길 돌려 하산한다.
계단을 다시 내려오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즐거운 여름을 보낸다.
반환점 – 쩍바위 : 1.7km/ 1시간 10분 – 누적 6.7km/ 2시간 56분
텀벙텀벙 거리며 놀다 보니 비가 부슬부슬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정리하고 하산하다 보면 쩍 벌어진 바위가 있다.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칼로 반듯하게 잘라놓은 것 같아 보이는 바위.
쩍 갈라졌으니 쩍 바위가 옳다.
쩍바위 – 상천 초소 : 1.1km/ 41분 – 누적 7.8km/ 3시간 37분
상천 초소로 올라오는 길도 가파르다.
왕피천 트레킹 코스는 반은 포장도로이고, 반은 계곡 길이다.
물놀이를 하지 않으면 산행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으로 오르내림이 상당히 많은 곳.
상천 초소 – 주차장 : 2.2km/ 33분 – 누적 10.0km/ 4시간 10분
내려온 도중에 빗줄기가 굵어지는 것 같더니 이내 새우로 바뀐다.
멀리 계곡에 우뚝 솟은 선바위가 보이지만, 빗줄기로 인해 뿌옇게 나타난다.
주차장에 내려왔지만 남자 화장실은 소변만 볼 수 있도록, 다른 칸은 모두 잠겨있다.
한 칸은 사용 중이라고 표시되었지만, 안에 사람은 없고, 다른 칸은 미사용인데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름철 계곡 트레킹은 많은 주의가 필요하고, 비가 올 것인지 기상 레이더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상책이다.
위험한 물놀이는 삼가고, 안전하게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길 기원하면서 추억의 왕피천 탐방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