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숨은 명산으로 조망이 일품인 기룡산이다.
천년고찰 묘각사를 품고 있으며, 의상대사의 설법을 듣기위해 용이 달려왔다는 뜻에서 기룡산이라 했단다.
영천댐을 만들면서 수몰되어, 고향을 잃어버린 아픔을 기리고자 망향공원을 세우기도 한 기룡산 자락.
영천 기룡산의 기가 막힌 상고대와 빙고대 속으로 들어가 본다.

영천 기룡산 등산코스
- 등산코스 : 용화리-저수지-낙대봉-기룡산-꼬깔산-망향공원
- 산행거리 : 11.4km
- 산행시간 : 4시간 27분(휴식 13분)
- 산행일자 : 2024. 02. 22
- 날씨 : 비, 흐림
- 난이도 : 중

영천 기룡산 최단코스 : 묘각사 코스
기룡산 최단등산코스 : 묘각사-기룡산 1.2km(편도).
승용차는 묘각사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도로는 포장되어 있다.
묘각사 우측으로 올라가면 최단코스가 된다.
기룡산 정상까지 왕복 2.4km.
묘각사에서 왼쪽 낙대봉으로 올라가면 기룡산까지 2.4km.
용화리 마을회관에서 묘각사까지 약 3km정도.

구간별 요약
- 용화리마을회관-운곡지-전망대-낙대봉 : 1.8km/ 49분
- 낙대봉-주능선-탑전 갈림길-기룡산 : 3.6km/ 1시간 32분
- 기룡산-꼬깔산-갈림길-망향공원 : 6.0km/ 2시간 27분
숨은 명산을 입증한 상고대의 향연 기룡산과 꼬깔산
조망이 끝내주기로 이름난 기룡산이지만 오늘 조망은 감춰졌지만, 대신 아름다운 설화와 상고대, 빙고대를 원 없이 보여준다.
뒤늦은 상고대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보는 산행.

1구간 : 거리는 짧지만 가장 힘든 낙대봉 구간
용화리 마을회관 – 갈림길 : 0.3km/8분
용화리 마을로 들어가면 배름박(벽)에 오래전 벽화를 그려놓았다.
비록 색은 바래고 그림도 지워졌지만, 청룡이 그려져 있는 것도 특이 했다.
기룡산이라서 용을 그린 듯.

시멘트 포장된 도로를 올라가면 담벼락에 영춘화가 곱게 피어났다.
영춘화
샛노랑 고깔모자
곱게도 치장한 영춘화일찍도 피어 나와
그리도 봄이 그리웠나보다북풍한설 몰아쳐 오는 날
백화 문상희
눈 속에 떨고 있는 모습 애처롭구나.
봄의 전령 영춘화를 친견하고 올라가면, 왼쪽으로 물길을 건너야 한다.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아 걸어서 건너지만, 요즘 내린 비로 인해 발목을 넘는 계곡으로 변했다.
계곡을 건너뛰어 볼까?
바위가 미끄러우면 어떡하지?
넘어지면 말지하고, 냅다 뛰어 건너간다.

혹시나 그냥 건너가 볼까 발을 살짝 담궈보는 회원님.
발목을 훨씬 넘게 빠지고 나서 돌을 건너뛴다.
그냥 묘각사로 올라가도 되는데…
작은 또랑을 건너가면 묘지가 있고, 묘지를 돌아 올라가는 길이 있고, 직진하여 저수지로 가는 길이 있다.

갈림길 – 지 능선 : 0.7km/ 16분 – 누적 1.0km/ 24분
오늘은 직진해서 운곡지 우측으로 올라간다.
조금만 가면 작은 비석이 있고, 운곡지에서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추락 방지용 밧줄이 우측으로 설치되어 있고, 비가 와서 미끌거리는 낙엽 깔린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침까지 비가 오더니 다행히 산행을 시작하니 비는 그쳤다.
바람은 불지 않고, 기온도 낮지 않아 산행할 만하다.
0.5km 정도 오름을 올라치니 벤치가 있는 지 능선에 올라선다.

지 능선 – 전망대 : 0.5km/ 14분 – 누적 1.5km/ 38분
지 능선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고 다시 오르막을 올라간다.
10분쯤 가면 커다란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곳이 전망대이고, 정상에 장군묘가 자리한다.
날씨가 맑고 바위에 물기가 없으면 바위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 전망대.
바위손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오르기는 불편하지만, 중간쯤 가면 작은 굴도 하나 있다.
오늘은 눈도 쌓여 있어 왼쪽으로 우회해서 올라간다.

전망대 – 낙대봉 : 0.3km/ 11분 – 누적 1.8km/ 49분
커다란 흙무덤은 일반 묘의 봉분보다 훨씬 커서 장군묘라고 부른다.
장군 묘 끝에 서면 운곡지와 용화리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멀리까지는 조망되지 않는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올라가면 많은 사람들이 끝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바위가 있다.

눈이 많이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 찍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대담한 사람은 튀어나온 바위 끝에 걸터앉아 추억을 남기기도 하는 곳.
전망대부터 눈이 쌓여있기 시작하더니 올라갈수록 더욱 많은 눈이 쌓여있다.
가파른 등산로에 눈까지 쌓이니 걷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진다.

낙대봉 – 묘각사 조망 : 1.5km/ 25분 – 누적 3.3km/ 1시간 14분
4년 전에 왔을 때는 세모난 돌에 낙대봉이라고 쓰여져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나무에 달린 표지가 전부이다.
뭐 딱히 봉우리같아 보이진 않지만 523m 낙대봉이다.
옆엔 삼각점도 있다.
2구간 : 용의 바람길과 상고대길
낙대봉부터는 쉽게 산행이 가능하다.
가파른 오르막보다는 살방살방 다닐 수 있는 능선 길이다.

묘각사 조망 – 묘각사 갈림길 : 0.6km/ 16분 – 누적 3.9km/ 1시간 30분
나무 사이로 보이는 묘각사.
묘각사가 보이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밧줄 구간이 시작되는 곳으로, 그냥 올라가기가 상당히 어려운 된비알이다.
낙엽 위로 발목까지 빠지는 눈은 발걸음을 더욱 붙잡는다.

산행하는 도중 상당히 많은 묘를 만난다.
입구에 있는 묘를 빼고는 모든 묘가 방치되어 있는 묘.
어떤 것은 봉분이 다 무너져 평토제를 지낸듯하기도 하고, 봉분 위에 나무가 자라기도 했다.
기운이 좋고 명당자리라고 생각해서 이 높은 곳에 묘를 썼을 것이다.
좋게 생각하면 자손들이 번성하고 부자가 되어 외국으로 놀러 다니기 바빠서 조상의 묘를 방치했다고 생각되는 것.
나쁘게 생각하면 명당자리라고 묘를 썼지만 부귀영화를 모두 망자가 가지고 갔다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

묘각사 갈림길 – 주 능선 : 0.5km/ 16분 – 누적 4.4km/ 1시간 46분
묘각사에서 올라오는 길은 상당한 된비알이다.
차도를 따라 올라와 묘각사에서 왼쪽 길로 가면 이곳으로 온다.
묘각사에서 우측길은 기룡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

주 능선 – 탑전 갈림길 : 0.5km/ 14분 – 누적 4.9km/ 2시간
이제 오르막은 끝이 났다고 보면 된다.
있어도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는 길은 없다.
주 능선에 올라서니 바람은 용의 기운을 담은 바람인 양 대차게 불어온다.
덕분에 상고대와 빙고대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면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작은 나뭇가지에는 빙고대가 주렁주렁 달려 지나가면 주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드르륵드르륵 들려온다.
눈은 점점 더 많이 쌓여있어 선두는 러셀 하면서 길을 만든다.
기룡산까지는 이정표와 등산로가 확실하고 갈림길이 전혀 없는 편안한 길이다.

탑전 갈림길 – 기룡산 : 0.5km/ 21분 – 누적 5.4km/ 2시간 21분
탑전 갈림길부터 엄청난 상고대, 빙고대를 만나나다.
귀가 떨어져 나갈 만큼 불어오는 바람에 활짝 핀 상고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
전망 바위에 올라서니 기룡산 전체가 눈꽃 잔치를 벌이고 있다.
어디에 눈을 둘지 정신없이 눈이 돌아간다.




전망바위를 지나면서 상고대에 흠뻑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는 필자.
혹시 지금 계방산에 와 있는 것인가? 착각할 정도로 엄청나다.
영남지방에서 이런 상고대를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이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기룡산 961m
기룡산의 정상석은 두 개.
정상석에 쌓인 눈을 살짝 쓸어내고 찰칵.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서성이면서 왔다 갔다.
너무나 멋있는 것을 어쩔?
이런 행운을 다 얻다니.

조망까지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이겠지?
그래도 가끔은 살짝 마을도 보여주고, 건너편 산 그리메도 순간 보여줬다 감춰버린다.
3구간 : 망향의 아픔을 간직한 용화리
기룡산 – 꼬깔산 : 3.4km/ 1시간 16분 – 누적 8.7km/ 3시간 37분
기룡산 정상에서 20분 정도 내려서니 상고대는 엷어지고, 눈꽃으로 변한다.
꼬깔산으로 가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있어,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온통 새하얀 설국으로의 산행.
길을 찾다 더러는 헤매기도 하고, 돌아오기도 하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산행.
썰매를 타기에는 조금 부족한 눈 쌓임.
10cm만 더 쌓였어도 신나게 썰매 타며 내려왔을 것인데…

내려오다 잠시 뒤돌아보니 기룡산 정상이 안개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길 찾기에 여념 없는 구간.
기룡산까지는 쉽게 왔지만, 기룡산 정상을 넘어서면서부터 정신 집중.
눈이 없으면 확연하게 등로가 보이지만 지금은 아무도 걸어간 자국이 하나도 없는 꼬깔산.

꼬깔산 : 736.1m
멀리서 보면 꼬깔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자양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세운 정상석으로 뒷면에, 물에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적혀있다.

꼬깔산 – 신선암 갈림길 : 2.0km/ 42분 – 누적 10.7km/ 4시간 19분
필자도 대청댐이 만들어지면서 정들었던 중학교가 언덕 위로 피신하고, 마을이 모두 수몰되는 것을 지켜봤다.
고향 잃은 안타까움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이, 가슴 한편에 조각으로 영원히 남는다.
고향 하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정.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련가?

꼬깔산에서 하절방향으로 하산한다.
용화 방향은 원점 회귀하는 방향.
꼬깔산에서 30분 정도 내려오면 이정표 없는 삼거리가 있다.
오른쪽은 확연한 등산로이고, 신선암 방향으로 하산해서 망향공원으로 바로 가는 길.
왼쪽은 아산정으로 하산해서 망향공원으로 조금 올라와야 하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공동묘지가 나온다.
기룡산이나 꼬깔산에는 유난히 무덤이 많이 있다.
무덤 왼쪽으로 내려가면 임도가 나온다.

신선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신선암 갈림길 – 망향공원 주차장 : 0.7km/ 8분 – 누적 11.4km/ 4시간 27분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임도를 만나면 오른쪽은 신선암으로 올라가는 길.

용화리 마을회관을 출발하여 낙대봉, 기룡산, 꼬깔산을 넘어 내려오니 4시간 27분이 걸렸다.
눈길을 찾아오는 것이 상당히 고달펐으나, 때아닌 큰 선물 상고대와 빙고대를 접견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즐거웠다.
저수지에서 주 능선까지 된비알이 힘들었으나, 능선을 올라서면 주변으로 조망이 활짝 열리는 산행을 할 수 있다.
비록 오늘은 조망이 전혀 없었지만.
기룡산까지 이정표와 등산로는 잘 되어있다.
꼬깔산으로 진행하면서 한두 군데 헷갈리는 곳이 있지만, 눈만 없으면 쉽게 등산로를 찾을 수 있다.

꼬깔산에서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하면 다음부터 갈림길은 없다고 보면 된다.
등로도 확실하고 위험하거나 어려운 구간은 없다.
전체적인 산행 난이도는 중으로 보면 된다.
처음에 힘든 구간이 있어 난이도 중으로 표시한다.
즐겁고 행복한 영천 기룡산 등산코스에 대해 적어 보았다.
산행에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망향 공원 주변에 식당이 없어 차를 타고 조금 이동하여 진미 칼국수에서 맛있는 들깨 칼국수를 먹고 올라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