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 무섭게 올라오던 카눈 태풍도 지나가고 그동안 쌓였던 온갖 시름을 잊을 수 있는 명상의 길을 찾아가보자.
지난 7월에 다녀왔던 강원도 오대산 선재길을 추천한다.
오대산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구도의 길 선재길은 오대천을 따라 걷기에 물소리, 새소리, 풀내음 향기에 흠뻑 빠져 보는 길이다.
오대산 선재길 코스
선재길코스 : 월정사 주차장-월정사-섶다리-동피골-상원사주차장
선재길 거리 : 편도 9.4km
소요시간 : 3시간
주차비 : 경차 2,500원/ 승용 5,000원/ 대형 7,000원.
위치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374-8
트레킹 일자 : 2023. 07. 09
교통편 : 자차
난이도 : 하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준비한 물, 간식 등을 배낭에 잘 간챙겨 넣고 빠르게 출발한다.
차량이 밀리는 것을 감안해서 6시30분에 출발하여 부지런히 달려오니 09시 15분에 월정사 주차장에 도착함.
오늘은 큰 맘 먹고 선재길을 왕복으로 걸어보자고 다짐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정 힘들면 상원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되니까 부담없이 계획을 세웠다.
월정사 주차장 : 09: 15
상원사를 갈려면 월정사 주차장에서 왼쪽길을 타고 올라가면 상원사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오늘은 걸어서 상원사까지 갔다 돌아오는 계획.
처음으로 만나는 금강교 아래는 금강연이라고 오대천 계곡 중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나다고 하는 곳이다.
금강연 아래는 용이 산다고 하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금강연 안내판 설명
월정사 9층석탑은 금강연의 용이 나와서 변한 것이라는 설도 있어 신성한 성소라고 한다.
세종실록 지리지 ” 서대 수정암 인근에 테두리를 두른 샘이 용출하는데, 색과 맛이 보통 물보다 뛰어나고 그 무게 역시 그렇하다.
이를 일컬어 우퉁수라 하는데 이는 곳 금강연이니 한수의 시원이 된다”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현재 우퉁수는 수정암 옆에 있다.
해탈교 : 09:27
월정사를 지나 건너편 해탈교를 건너간다.
다리를 건너면서 선재길이 시작되고 무장애길로 화전민터까지 연결되어 있다.
푸르름이 한창인 울창한 숲길과 오대천의 조용하게 물소리가 선방을 생각한다.
걷기 편한 선재길을 가볍게 출발해 본다.
지장암 삼거리에서 상원사 이정표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선재길은 이정표가 잘되어 있어 초행길이라도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회사거리 : 09:39
지금은 목책으로 둘러처져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는 곳이다.
회사거리로 이름을 붙여 놓으니 무슨 말인지를 몰랐다.
회사(會社) 거리라고 띄워 쓰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던 회사(제재소)가 있어, “회사 거리”라고 불렀다.
회사 거리 주변으로 화전민들이 360여가구가 형성되었었다고 한다.
노인봉으로 오르는 곳에도 고위평탄면이라고 화전민들이 개간하여 경작을 하였다는 곳이 있을 만큼 어려운 시기에 땅이 없는 사람들이 산에 불을 질러 농지로 개간하였다고 한다.
1960년대 화전 정리사업으로 인해 모두 이주하고 지금은 없는 상태이다.
그 당시 만들어진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도로가 생기게 되었다.
그전만 해도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오로지 선재길을 통해 왕래하였다.
불도를 닦는 스님들과 불자들이 구도의 일념으로 오르고 내렸던 선재길을 오롯이 혼자 만의 상념에 잠겨 걷는다.
왼쪽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이고, 선재길은 계곡 옆으로 올라간다.
회사거리를 지나면 바로 나오는 곳으로 평탄한 길의 연속이다.
길게 이어진 데크를 걷다보면 오대천을 넘어가는 다리에서 보이는 계곡의 잔잔한 물결.
너무 조신하게 흐르는 듯한 계곡이다.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걸으라는 뜻이련가?
불도에 귀의는 못하더라도 오늘 만큼은 구도의 마음을 가지고 선재길을 걷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무념, 무상의 경지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요즘은 멍 때리기의 진수를 자주 맛 본다.
화전민 터 : 09:50
지금은 푸른 녹지로 변해 있는 이곳에 많은 화전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한다.
벌목을 해서 받은 품삯으로 쌀을 사서 연명하고, 숯을 구워 팔면서 고단한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이곳 화전민터까지는 길이 좋았으나 지금부터는 약간의 산길과 돌길도 더러는 지나간다.
오대산 보메기 : 09:56
보메기란 계곡에 보를 쌓아 물을 모으고 그곳에 벌목한 나무를 가뒀다가 물과 함께 흘려보내려고 막아 놓은 곳을 말한다.
지금은 거의 없어지고 몇 군데 남지 않은 곳이지만 옛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정목 : 10:05
월정사에서 2.7km를 왔다고 하는데 50분이 소요되었다.
많이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주차장에서 3km라니 너무 여유있게 걸어온것 같다.
상원사까지 왕복을 하려면 장장 20km인데 조금은 속도를 내서 걸어야 한다.
비록 35도를 넘나드는 날이지만 계곡 옆을 걸으니 그렇게 많이 덥다고는 느끼지 못한다.
상류로 올라오니 물살이 제법 세지고 소리도 커졌다.
자생식물 관찰원 : 10:40
섶다리, 동피골, 신선골 출렁다리를 지나 정신없이 걷다보니 약간은 주의를 해야하는 구간이 나온다.
비록 로프가 메어져 있고, 가파른 곳은 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부담없이 걷지만, 그래도 계곡 옆이고 돌에 물기가 있어 미끄럼에 주의를 하면서 걸어야 한다.
상원사 주차장 : 11:21
열심히 걷다보니 벌써 상원사 주차장,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월정사 주차장을 출발하고 2시간 6분 정도 소요되었다.
거리는 약 9km 로 상당 빨리 걸어 올라왔다.
물론 선재길이 쉽기도 하고, 거의 평지를 걷는 정도이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상원사를 지나 중사자암까지만 갔다 발길돌려 월정사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하는 긴 여정이다.
서둘러서 상원사 경내로 들어간다.
상원사 : 11:27
상원사에는 2가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단종을 폐위하고 왕으로 오른 세조는 피부병으로 고생하다 오대천의 물이 좋다고 하여 이곳으로 내려와 요양 중에 혼자 계곡에서 목욕을 하던 중 지나가던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말하고, 동자승에게 ‘어디가서 왕의 몸을 씻어 주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자 동자승은 왕께서도 ‘어디가서 문수보살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후로 종기는 말끔하게 낳았다고 한다.
세조는 화공에게 동자의 모습을 그리게 하고 목각상을 만들게 하였다.
그 목각상이 국보 제221호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이다.
고양이 2마리에 얽힌 설화도 있다.
문수전 앞에 있는 고양이 석상이 그것이다.
상원사 동종 : 국보 제36호
725년에 만들어진 종으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동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다.
태종 때 안동으로 옮겨졌다가 세조 때 상원사에 봉안할 종을 전국으로 찾다가 안동에 있던 이 종이 선정되었고 세조가 죽고 예종이 이곳으로 옮겨 현재에 이른다.
사자암 : 11:42
사자암을 찍고 상원사로 돌아 내려온다.
계단으로 된 길을 신나게 내려오는데 스님들께서는 열심히 계단을 올라오신다.
땀을 뻘뻘 흘리시며…
매일 오르락 내리락 해서 안 힘든 줄 알았는데 무더운 한 여름은 경험치가 필요없는 듯 하다.
하기야 필자도 1주일에 3~4회 산행을 하지만 갈때마다 힘에 부친다.
사자암에서 상원사를 지나 탐방지원센터로 내려오니 시내버스가 대기 중이다.
아! 번뇌가 들끓는다.
타고가?
그냥 걸어가?
아니다 오늘은 오롯이 선재길을 왕복하기로 했으니 걸어가자라고 마음을 먹었는데도 자꾸만 버스에게 눈길을 준다.
아! 어떻하지?
일단 화장실을 들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재차 생각을 하자.
상원사 주차장 : 12: 15
잠시 머리를 쥐어 뜯다 그냥 터덜터덜 걸어간다.
A 그냥 걷자.
흐미 버스가 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손을 들뻔했음. ㅋㅋㅋ
걷자 그것도 아주 빨리 걷자.
정신없이 뛰다 싶이 내려오다 엄청난 물소리에 귀가 번쩍.
와우!
이곳은 그냥 갈 수 없지.
배낭은 던지고 알탕을 하고 싶었지만 갈길이 너무 멀어 꾸욱 참고 발만 살짝 담그고 앉아 시원한 아아, 수박 등을 펼쳐놓고 신나게 흡입.
올라가시는 분들이 정말 시원하겠다고 하시면서 올라가심.
더운데 쉬었다 가세요!
호객 행위도 잠시 해보고, 괸심을 끌기 작전.
앗싸! 두분 걸려드심.
잠시 토크하고 보내드림.
월정사 주차장 : 2:35
월정사까지 미친듯이 내려옴.
버스를 따라 잡을려고…
문수보살을 현신하고 돌아온 자장율사가 길을 열고 현재까지 1400년이 넘도록 이어져온 선재길.
선재는 화엄경에 나오는 이름으로 문수보살의 깨달음을 찾아 돌아다니던 선재동자에서 따온 말이다.
부지런히 뛰다 싶이 내려왔더니 상원사에서 월정사까지 2시간 20분 걸렸다.
쉬는 시간 포함해서.
버스타면 20분이면 오는 길을…
상원사 출발 시내버스 시간표
선재길 트레킹 소감
천년의 길, 구도의 길, 명상의길 선재길.
물 따라 산 따라 굽이굽이 오르는 길.
불심 가득한 보살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띄며 따라 올랐던 길.
역사의 아픈 한 자락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민초들의 삶.
푸르름을 머리에 이고, 반짝이며 흐르는 오대천의 물을 보며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불심을 일으켜 본다.
무념, 무상, 무욕 등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하리오.
데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거늘 정도가 있을까?
있다면 어느 길이 정도일까?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자신하며 살고 있다.
조심스럽게 고뇌와 시름을 풀어 놓고 싶다.
유유히 흐르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막힘없는 삶을 살고자 했던 어리석음도 알았을까?
무더운 여름 나름대로의 안식을 얻고, 희망을 가지고 걸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내 앞에 나타날지 모르지만, 오늘 만큼이라도 가벼운 마음을 간직하길 바란다.
매일 걷는 곳이 구도의 길이요, 인생의 길이기에 항상 힘차게 기운을 내면서 걷자.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걷는다.
걷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과 기쁨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면서
-오대산 선재길 걸어 본 소감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