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 제111호로 지정된 구례 오산 사성암 일원.
소금강산이라 일컬어질 만큼 아름다운 절경을 품고 있는 구례 오산은 지리산에 치어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굽이굽이 섬진강을 앞에 두고 봄이면 벚꽃길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구례 오산 둥주리봉의 단풍을 보러 떠난 가을 여정을 올려본다.
필자와 인연(악연?)이 많은 구례 오산을 다시 한번 찾아간 산행기.
구례 오산 둥주리봉 등산 코스
등산 코스 : 죽연마을 주차장 – 사성암-오산-자래봉-둥주리봉-동해마을
산행 거리 : 9.9km
소요 시간 : 3시간 55분 (휴식 31분 포함)
산행 일자 : 2023. 10. 31
날씨 : 맑음
교통편 : 안내 산악회 (회비 39,000원)

구례 오산 둥주리봉 산행 길라잡이
구례 오산은 해발 542m이고, 둥주리봉은 690m에 불과한 시골 마을 뒷동산같이 낮은 산이다.
그 반면 근처의 지리산은 내륙에서는 가장 높은 1,905m를 자랑하고 있어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오산이다.
사성암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곳이다.
명승으로 지정되고 사성암으로 가기 쉽게 차량도 운행하고 있어, 접근성이 편해졌다.
등산로도 정비하고 있고, 전망대도 두루 설치하고 있으며, 사성암이라는 이름으로 스토리텔링이 되어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였다.

죽연마을 주차장 – 이면도로 : 0.4km/ 8분
구례군 문척면 죽연마을 주차장에 11시 8분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는 사성암을 다니는 셔틀버스가 있어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다.
오늘은 산행을 하기위해 주차장을 나와 왼쪽으로 50m 내려간다.
한가족 노인복지센터 우측으로 길을 잡고 올라간다.
시멘트 포장길은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면 도로 합류까지 힘들게 올라간다.

이면도로 – 돌탑지대 : 0.3km/ 4분 – 누적 0.7km/ 12분
이면도로에 시멘트 포장 공사를 하여 등산로가 없다는 안내 문구를 이정표에 붙여 놓았다.
이미 도로포장은 다 되어 있어 돌탑이 있는 곳으로 진행을 한다.
도로 끝 감나무밭에는 대봉시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있고, 수확기가 다가오는지 주황색으로 변해 가고 있다.
등산로를 접어드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나 할까?
너덜지대가 어느새 계단으로 바뀌었다.


감나무를 지나 돌계단을 굽이 도니 눈앞에는 온통 돌탑과 너덜지대가 들어온다.
너덜지대를 덱 계단으로 처음부터 꼭대기까지 설치가 되어 있다.
돌탑도 훨씬 많아졌지만, 너덜지대는 옛날 그대로이다.
오산 등산코스 중 이 구간이 가장 힘든 구간이다.

돌탑 – 사성암 주차장 : 0.8km/ 24분 – 누적 1.5km/ 36분
돌탑지대를 계단으로 진행하다 보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류하고, 계속 왼쪽 길로 올라간다.
계단이 끝나면 산길이지만 곧 계단으로 공사할 예정인 듯한 구간을 지나면 사성암 주차장에 도착한다.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 10분이면 편하게 올라올 길을 굳이 힘들게 걸어서 올라왔다.
산에 왔으면 걸어야지 생각하고 걷지만, 오늘은 유난히 날이 더워 땀이 흠뻑 쏟아진다.
아! 반소매 입고올껄.
일기예보를 믿지 못하니 배낭만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

사성암 주차장 – 사성암 : 0.3km/ 7분 – 누적 1.8km/ 43분
붉게 물든 단풍나무 한 그루가 유리광전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단.
유리광전은 약사여래를 모시는 곳이라 약사전이라도 하며, 약사여래는 중생의 모든 병을 고쳐주는 부처라고 하며, 동방의 유리세계에 있다고 해서 유리광전이라한다.
사성암은 의상, 원효, 도선, 진각 4명이 수도 했던 곳이라 사성암이라 한다고 하는데,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그 어디에도 그 네 분의 흔적은 없었다.
화엄사를 개창한 연기조사가 오산암을 화엄사와 같은 해인 544년에 세웠다고 하는 설이 있을 뿐.
그때는 불상을 모시지 않아 오산암으로 수행차 왔던 스님들이 소원바위 옆 배례석에서 화엄사를 향해 예를 올렸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된다.

약사전의 마애여래입상은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고 하는 것으로 지금은 유리 칸막이가 되어 있다.
마애여래불을 그린 시기는 고려 초기로 알려지고 있다.
1995년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그 후 20년이 지난 2015년에도 방문했었는데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스토리텔링도 많이 되었고…

사성암 – 오산 전망대 : 0.3km/ 15분 – 누적 2.1km/ 58분
유리광전을 내려와 전각 우측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있고, 도선굴과 배례석이 있는 곳으로 간다.
소원바위도 있어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니 멋진 소원을 하나씩 준비하면 좋겠다.
사성암에는 풍월대, 신선대, 소원암 등이 있다.
배례석을 지나 바위 옆으로 만든 데크를 따라가면 오산 정상과 전망대로 간다.
정상까지는 어렵지 않게 계단을 올라서면 되고 정상석을 지나 오산 전망대에 올라서면 지리산의 장쾌한 대간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산 전망대 – 매봉 : 0.4km/ 14분 – 누적 2.5km/ 1시간 12분
오산 전망대까지 왔으면 오늘 산행의 반은 끝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둥주리봉을 올라가는 구간이 조금 험하고 된비알을 올라가지만 그럭저럭 올라가기는 한다.
오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에 넋을 뺏기고 나면 한동안 멍해진다.
앞으론 섬진강의 유유한 흐름이.
뒤를 돌아보면 지리 능선의 웅장함이.

왼쪽으로는 구례 읍내, 무르익어 노란 벼가 고개를 숙인 섬진강 저편으로 화엄사 벌의 무량함.
그 뒤를 감싸고 돌아가는 지리산의 여유로움이 풍요로움이.
전망대를 내려오면 동네 뒷산을 걷는 듯한 편안한 산길을 걷는다.
주변의 나무로 인해 조망이 가려지고 열심히 산행하는 구간이 나온다.

매봉 – 자래봉 : 1.0km/ 17분 – 누적 3.5km/ 1시간 29분
이정표에 매봉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 여기가 매봉이구나 라고 알 수 있다.
매봉을 지나면 선바위로 가는 갈림길이 있지만 굳이 가지 않아도 산행하는 길에서 선바위는 잘 보인다.
자래봉은 자라를 닮았다고 해서 자래봉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오산이라는 자체가 자라를 뜻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자라가 목을 길게 빼고 섬진강 물을 마시려고 하는 형세를 했다고 해서 오산, 자래봉이라고 했다.

자래봉 – 솔봉고개 : 1.1km/ 17분 – 누적 4.6km/ 1시간 46분
자래봉을 지나면서 뒤돌아본 선바위.
멀리 보이는 산에 단풍은 하나도 들지 않아 초록이 여전하다.
요즘 기온이 평년과 같지 않고 온화한 기후 탓에 단풍이 드는 시기도 많이 늦어지고 있다.
봄에 꽃 피는 시간이 일주일은 먼저 피었는데, 단풍은 1주일 정도 늦어지는 것 같다.
솔봉은 우회를 하여 지나가면 동해 임도를 만난다.
임도를 내려서면서 직진을 하면 100m 지나 전망대 정자가 있고 멀리 사성암이 시원하게 보이기도 한다.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약간의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솔봉고개 – 동해임도 갈림길 : 0.3km/ 31분 – 누적 5.1km/ 2시간 17분
전망대를 내려와 둥주리봉으로 향한다.
임도를 따라 300m 정도 내려가면 왼쪽으로 산길로 올라가는 길과 임도를 계속 내려가는 길로 나누어진다.
임도를 따라 2.7km 정도 내려가면 동해마을이고, 왼쪽 둥주리봉을 돌아 동해마을로 하산하는 길은 4.8km 정도 된다.

동해임도 갈림길 – 둥주리봉 : 1.7km/ 43분 – 누적 6.8km/ 3시간
임도에서 갈라져 산길로 접어들면 가파르게 올라가는 된비알이고, 쉬었다 걷는 게 더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숨이 차는 구간이다.
한동안 때아닌 비지땀을 흘리면서 올라가는 산길.
점심을 먹어 배는 부르지 숨은 차지, 오랜만에 많이 먹었더니 배가 넘 불러 산행에 지장을 준다.
역시 산행 때는 소식을 해야 하는데, 오늘은 쬐끔 무리.


임도 갈림길에서 1.5km 정도 지나면 이정표는 없는 배바위가 있다.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뚝 솟아있는 배바위.
대홍수 때 배를 매었던 곳이라고 하는 배바위는 거의 산마다 모두 있는 것 같다.
배바위를 지나면 아주 가파르게 올라가고, 철 계단과 밧줄을 잡고 오르는 곳을 지난다.
된비알을 올라서면 둥주리봉으로 예전에는 전망대가 있었으나 지금은 철거되고, 기초 석만 남아 있다.
둥주리는 짚으로 크고 두껍게 엮은 둥우리, 또는 쉽게 말하면 광주리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봉우리가 둥그스름해서 둥주리라고 이름 븥인 것 같기도 하다.

둥주리봉 – 장골능선 갈림길 : 1.2km/ 21분 – 누적 8.0km/ 3시간 21분
둥주리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발가락이 아플 정도로 내리막길이고, 작은 돌이 많이 상당히 미끄럽다.
한 번도 안 넘어지고 내려오면 선수라고 해야 할 정도로 가파르고 미끄러운 하산길이다.
주변의 조망은 없고 둥주리봉에서의 조망이 끝으로 동해마을까지 내려온다.

스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하산길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한동안 내리막으로 치달리다 보면 우뚝 서 있는 이정표.
등산로가 왼쪽으로 90도 꺾어지면서 동해마을로 이어진다.
약 100m 진행하면 용서마을, 용서폭포라는 이정표와 함께 동해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열린다.


장골 능선 갈림길 – 소나무 갈림길 : 0.6km/ 10분 – 누적 8.6km/ 3시간 31분
용서마을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오면 우측으로 묘가 있고, 큰길과 작은길이 있다.
오른쪽 큰길을 따라가면 동해임도를 만나 편하게 마을로 내려오는 길이지만 약간은 더 길다는 것.
왼쪽 작은 산길로 가면 소나무가 있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급하게 동해마을로 하산하는 길이다.


소나무 갈림길 – 동해마을 : 1.3km/ 24분 – 누적 9.9km/ 3시간 55분
이정표를 지나 편안하게 걷는 길이 끝나면 가파르게 하산하는 길로 계속 이어진다.
한동안 뛰다시피 내려가게 되는 구간으로 천천히 걸으면 오히려 미끄러지고 넘어질 것 같은 등산로이다.
약간은 뛰듯이 내려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보지만, 체력에 문제가 있으니 반드시 스틱을 사용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본다.
어느 정도 하산하면 섬진강이 보이고 화장실 옆 철 계단으로 내려오게 된다.
철 계단을 내려오면 우측으로 동해마을 입구가 있고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동해마을에는 식당이 한 곳 있는데 월, 화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필 오늘이 화요일이라 배고픔을 달랠 길 없다.
동해길주막집 : 061- 781- 0069
간만에 맛있는 비빔국수와 파전을 먹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어겠다.
배고픔을 못 이긴다면 걸어서 약 20분 정도 죽연마을로 걸어가면 된다.

가을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섬진강.
강가에는 억새가 하얀 꽃을 휘날리며 분위기를 잡는다.
연식이 들어갈수록 가을로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은 동병상련이라 그럴까?
마음은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나는 봄이고 싶지만.

구례 오산 둥주리봉 산행 소감
1995년 봄 벚꽃 따라 무작정 걷자고 못난이 3인방이 구례구역에 내려 섬진강 변을 따라 걷었다.
벚꽃 구경하다 문득 보게 된 얕은 산이 너무 아름다워 올라가 보자고 해서 갔던 사성암.
다 무너져 갈 듯했던 사성암자가 위태롭게 보이기도 하였었다.
항상 자일을 몇 동씩 메고 다녔던 탐험가의 모습을 했었지.
아무 데서나 자고 밥해 먹고, 그때 그 시절.
2015년에 다시 찾아왔을 때만 해도 발전이 없던 이곳에 어느덧 계단도 생기고, 너덜 바위 지대는 데크 계단으로 바뀌어 있고, 상전벽해? 세월무상?
왜 오산을 그리 찾았는지는 모르나 2021년과 더불어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었다.
올 때마다 쇄신해 가는 사성암.
발전되어 가는 모습이 기쁘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 바뀌는 것은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제는 그린 듯 자연과 동화되어 가는 듯한 느낌으로 마주하고 있는 우리들.
멀리 보면 많이 보이고 가을을 만나 더욱 아름다워지는 마음의 풍요로움.
힘듦을 이겨내고 열심히 산행하는 이유를 가끔은 생각해 본다.
왜? 힘든 걸음을 할까?
필자는 생각한다.
걷기의 아름다움은 느림의 미학이라고.
천천히 걸으며 세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
자연을 보면 포용을 생각할 수 있고, 산을 보면 인생을 생각하기도 한다.
높이 올라갈 때도 있고, 굴곡진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환희에 찬 순간을 맛보기도 한다.
루소의 고백록에 있는 구절.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작동한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 목적이 명확해야 하는 순간들.
순간순간에 결정해야 하는 일.
나는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움도 찾곤 해서 산행이 좋다.
비록 발바닥에 미안하지만…
-구례 오산 둥지리봉에서 30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