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민족의 영산이라 일컫는 태백산 산행에 나선다.
필자에게는 곁을 주지 않는 태백산이지만 신단수를 찾으러 오늘도 다시 올라가 본다.
환웅이 3천을 이끌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서 신시를 열었다고 한다.
그 태백산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오늘의 태백산 등산코스
등산코스 : 어평재휴게소(화방재)-사길령-장군봉-천제단-반재-당골주차장
산행거리 : 9.9km
소요시간 : 3시간 13분
산행일자 : 2023. 09. 15
날씨 : 비
교통편 : 안내산악회
태백산의 길
태백산에는 3개의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장군봉에 장군단, 영봉에 천왕단, 하단엔 부소단이 있고, 가운데 천왕단에는 한배검(단군왕검)이라고 적힌 비석이 있다.
장군단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는 3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이 3개의 단을 천제단이라 일컫는다.
태백산의 길은 인간의 길, 하늘의 길이라고 할 수 있는 길이다.
태백산 산행
어평재휴게소 – 사길령 : 0.6km/ 14분
화방재라고 하는 곳으로 어평재 휴게소라고 부르는 곳,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출발한다.
오늘은 함백산 태백산 연계산행을 계획하고 왔지만, 함백산은 패스하고 태백산만 오른다.(비가 많이 와서)
올 겨울 같은 코스로 산행했을 때는 엄동설한의 혹한기 산행을 했는데, 오늘은 우중산행으로 필자를 마중한다.
아무렴 어떠냐 내가 좋아서 오는 것이니까.
당연히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산행을 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 생각한다.
주유소 끝자락 담벼락 옆으로 이정표가 서 있고, 샛길을 따라 사길령으로 올라간다.
사길령 – 산령각 : 0.5km/ 11분 – 누적 1.1km/ 25분
경상도와 강원도를 넘나드는 사길령은 옛날 보부상들이 많이 다니던 고개였다.
오래전 태백산에는 호랑이, 산적 등이 많아 사람들을 해치고, 해꼬지를 많이 해서 사길령 위에 산령각을 짓고 매년 제를 올리기도 했던 곳이다.
어평재 휴게소에서 등로가 정비되자 않은 길로 올라온다.
풀이 우거져 길을 막고 있으며, 비가와서 우산을 쓰고 산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풀이 우거져 있다.
한동안 풀을 헤치며 올라서면 사길령이란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 인증 장소라고 한다.
사길령에 태백산 등산안내도와 각종 주의사항 및 이정표가 있다.
게이트를 지나면서 시작되는 오르막은 상당한 된비알로 산령각까지 계속 이어진다.
비는오지, 바닥은 작은 돌길이지, 된비알을 올라가야하는 3중고의 첫 시련이다.
그러나 오늘의 태백산 산행 중 아마 가장 힘든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산령각 – 유일사 쉼터 : 1.9km/ 36분 – 누적 3km/ 1시간 1분
산령각을 지나면서 숨고르기를 한동안 하면 또 다시 오르막이 나오지만 그렇게 가파르거나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아마도 태백산 등산코스 중에 지금 가고 있는 코스가 가장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약간은 숨이 차지만 죽을 듯이 힘들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겨울에는 볼타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시원한 골바람이 불어오는 구나.
중간에 유일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로 내려가는 사람은 없겠지?
암석이 널려있는 구간에는 추락방지용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줄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게 걸어가면 된다.
오늘같이 비오는 날이면 돌이 미끄러워 발목을 다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평일에 산행하시는 산객들은 프로들이라 날라다닌다.
이 돌구간을 지나면 바로 유일사 쉼터가 있는 곳으로 간다.
유일사 쉼터에는 유일사로 짐을 운반하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괜히 타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게 만드는 케이블카.
유일사 쉼터 – 장군봉 쉼터 : 0.8km/ 25분 – 누적 3.8km/ 1시간 26분
유일사 쉼터를 지나면서 가파른 된비알을 만난다.
단차가 높은 돌계단도 있고, 데크로 만든 계단도 더러 있다.
등로 주변으로 야생화가 제법 많이 피어 있어 산행을 즐겁게 해준다.
돌과 나무를 교차해 가면서 만들어진 계단인지 아닌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산행하기 편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가파른 곳에는 계단을 만들어 놓아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하도록 해 주었다.
조금은 할딱거리면서 올라가면 주목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태백산의 시그니쳐 주목나무.
저 주목나무는 얼마나 살았을까?
태백산의 모든 역사를 알고는 있을까?
실제로 이곳이 신단수 나무가 있었던 자리인가?
궁금한게 너무나 많은데, 나무와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요즘은 살아 삼천년 죽어 삼천년 인것 같을 정도로 1400년된 주목나무는 MZ세대인 듯 반듯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은 옛말인듯 하다.
하기사 사람들도 불과 얼마전만 해도 환갑잔치는 꼭 해야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환갑까지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대단하다고 했을까?
만약 지금 환갑잔치한다고 사람들에게 알리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 같다는 생각.
두위봉 주목은 1400년이나 되었지만 심은지 얼마 안되는 듯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흠집하나 없고 썩은 부분이 단 한군데도 없이 튼튼한 주목나무다.
사람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
덩달아 식. 생물들도 변하는 것이 아닐까?
장군봉 쉼터 – 장군봉 : 0.6km/ 15분 – 4.4km/ 1시간 41분
태백산의 주봉인 장군봉이다.
장군단에 들어가 잠시 앉으니 아늑하다.
밖에는 바람도 거세고 비도 내리고 있지만 이곳은 바람 한점 없는 듯 고요하다.
장군단 – 천왕단 : 0.2km/ 7분 – 누적 4.6km/ 1시간 48분
장군단은 4각형이고, 천왕단은 원형으로 되어 있고, 3개의 단을 천제단이라 한다.
‘천왕단의 한배검’은 대종교가 천왕단을 단군을 모신 장소로 성역화하며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대종교는 1909년 결성되면서 사실은 항일독립운동의 주역이라고 생각한다.
을사오적을 살해하기 위해 암살을 시도하기도 하였고,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발족할때 임시의정원 35명 중 28명이 대종교 교도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김좌진, 홍범도, 이상설, 김규식, 신채호, 이범석 등 많은 애국지사들이 그들이다.
단군교에서 정훈모가 친일로 돌아서자 중광 교조인 나철은 대종교로 바꾸고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다 1916년 구월산에서 순직하였다.
청산리대첩의 북로군정서의 장병 대부분이 대종교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태백산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천왕단 – 단종비각 : 0.4km/ 9분 – 누적 5km/ 1시간 57분
태백산 정상에 있는 cctv는 아주 생생하게 중계를 하고 있다.
겨울에 눈이 오는 것도 보이고, 비가 오는 것, 맑은 날씨 흐린 날씨 가리지 않고 우리에게 멋진 천제단의 풍경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화질도 엄청 좋아 시간이 날때마다 들여다 보곤 한다.
태백산 정상석을 인증하고 내려가는 길은 아주 넓고 잘 정비된 등로를 내려간다.
단종의 영혼을 위로하고 모시기 위해 망경사 묵암스님과 주민들이 비각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 단종은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을까?
단종비각 – 반재 : 1.8km/ 27분 – 누적 6.8km/ 2시간 24분
단종비각을 내려오면 용정이라는 샘이 있다.
용정의 수위는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신비한 샘이라고 한다.
매년 10월 3일 개천절 천제단에서 지내는 천제의 제수로 이 물을 올리고 있다.
용정에서 우측 길로 내려가도 되고, 절 마당을 통과해도 두 길은 합류한다.
반재로 내려가는 길은 지금 공사 중이라 걷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이미 깔려있던 야자매트를 걷어내고 새로운 매트를 깔고 있다.
등로도 재 정비하고 있는 것 같으니 산행할 때 주의를 해야하는 구간이 되었다.
반재 – 문수봉 갈림길 : 0.4km/ 11분 – 누적 7.2km/ 2시간 35분
반재 쉼터에서 큰길을 따라 내려가면 백단사 주차장으로가고 당골주차장은 우틀해서 내려간다.
전나무 숲 길로 내려가다 왼쪽을 보면 작은 돌을 쌓아놓은 곳이 있다.
호식총이라고 하는 곳으로 호랑이게 잡혀먹힌 사람의 뼈를 화장해서 묻고, 돌을 쌓은 위에 시루를 덮어 가락을 꼽아 놓은 곳이다.
호식총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문수봉 갈림길이다.
우측으로 올라가면 곧바로 문수봉으로 간다.
오늘 아침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당골계곡에 수량이 엄청나게 불어 있다.
문수봉 갈림길 -장군바위 : 0.3km/ 4분 – 누적 7.5km/ 2시간 39분
시원하게 흐르는 당골 계곡.
당골이라는 말은 예전에 태백산은 마치 피난민들의 밀집지역 이었던 듯 곳곳에 당집을 만들었다.
토굴도 만들고, 천막도 치고, 판자집도 만들고, 정말로 수많은 무속인들의 집합지 였던 곳이다.
옛날에 야간 산행을 하면 무서울 지경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강제 철거하여 당집이 모두 없어졌지만 계룡산과 더불어 최고의 신기가 있는 장소였던 곳이다.
특히 계곡 주변으로는 어마 무시하게 많이 있어서 당골이란 말을 붙였던 것이다.
오늘 찍은 사진은 나무잎과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아 겨울에 찍었던 장군바위 사진을 대신 올린다.
당골 계곡에는 병풍바위, 신선바위 등이 있지만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고 유독 장군바위만 눈에 잘 보인다.
장군바위 – 단군성전 : 1.6km/ 24분 – 누적 9.1km/ 3시간 3분
단군성전까지 부지런히 내려가면 오늘 산행은 끝이 난다.
단군성전은 단군을 모시고 있는 대종교의 성전이다.
왼쪽에있는 석장승은 1987년 현재 위치로 이전하여 복원하였다고 한다.
태백산 석장승의 모습이 일반 장승 같지 않고 온화하며, 점잖은 모습을 하고 있어 문인상이나 미륵상으로 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관모를 쓰고 있는 사람의 얼굴 같이도 보인다.
천부경은 우리나라 단군 조선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총 81자로 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천부경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데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환웅이 신단수로 내려올 때는 하늘과 통하는 길이 있고, 왕래를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바, 천부경은 무공비서가 아니고 실제로 드나드는 문을 여는 것을 풀이해 놓은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천부경이 무엇인지 필자가 느낀것을 다음 기회에
단군성전 – 주차장 : 0.8km/ 10분 – 누적 9.9km/ 3시간 13분
단군성전을 지나면 당골광장이다.
자살예방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숲길걷기 행사를 9월 16일에 한다고 한다.
광장을 지나 우측에는 석탄박물관이 있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당골탐방지원센터와 상가지역이 있다.
주차장도 있지만 버스는 식당가 우측 도로변에 주차가 되어 있다.
하산지 맛집 정다운 서울집
주차장 앞에 보이는 식당들은 대부분 무슨 산악회, 여행사 등 지정 식당이라고 붙여 있다.
이왕이면 지정식당이라고 붙여 놓은데를 가면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것.
오늘도 정다운 서울집으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늘은 황태해장국 한그릇과 감자전 하나를 주문했다.
평일이라 사장님 혼자서 음식을 하시기에 여러가지 주문하면 어렵다고 하신다.
그래서 간단하게 주문을 함.
황태해장국이 구수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면서 깊은 맛이 우러난다.
들어간 내용물은 별것 없어 보이는데 손맛이라고나 할까?
두부 채 썰어서 넣고, 무우도 가늘게 채 썰어서 넣고, 황태 넣고 파 조금넣은 것이 전부인데 어찌 이리 맛있게 만들었을까?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녔던 것을 한 숟가락의 황태국이 몸을 스르르 풀리게 만들어 준다.
황태국에 진실의 미간이 작동할 줄이야!
식감도 부드럽고, 맛도 좋고.
감자 전분의 쫀득함이 묻어나고 감칠맛 나는 간장에 찍어 먹는 맛이 좋다.
우리는 찍먹!
간이 맞아도 찍어 먹어야 하고, 안 맞아도 찍어 먹어야 제 맛을 느낀다.
간이 맞아도 안찍어 먹으면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시원한 맥주 한잔을 곁들이니 오늘 산행은 만점이다.
혼자서는 감히 엄두를 못냈던 일을 산동무가 있으니 좋다.
웬만하면 하산지에 식당이 있다고 소개만 하지 맛의 평가는 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하산지에는 맛집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없다고 쓸 수가 없으니 그냥 소개만 할 뿐.
그러나 입맛에 맞으면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평가를 하고 싶어 진다.
요즘 애들 마냥 개웃김.
가을의 문턱에 이렇게 이쁜 야생화들이 마구 피었을까?
간혹가다 단풍도 들기 시작했고, 이른 가을을 맛보고 온 기분이라 너무도 흡족한 산행이었다.
비록 비를 맞고 조망은 없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뭐 태백산이 필자한테는 야박한 느낌도 있지만…
계절따라 가다보면 언젠가는 하늘을 열어 주겠지?
태백산행은 어렵지 않고 위험하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산행을 할 수가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족의 영산으로 꼭 한번은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쉽다한들 내 몸을 스스로 돌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다칠 염려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긴장하고 산행을 하자.
항상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산행을 하시길 기원하면서
-태백산 가을 맞이 우중산행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